지난번 게시물과 이어 과천 MMCA의 전시를 계속해서 관람했습니다. 2층으로 내려오자 한국화 전시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평소 한국화 전시는 잘 보는 편이 아니어서 재미가 없진 않을까 걱정하며 들어갔습니다. 2층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동녘에서 거닐다 : 동산 박주환 컬렉션>이었습니다.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전시 공간이 너무나 멋졌습니다. 하얀 배경에 먹같은 느낌의 공간을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색색의 고급스러운 비단 같은 전시 공간이었어요. 전시 공간의 색감이 너무 예뻐서 자연스럽게 이끌리듯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시는 작가별로 배치가 되어 있는데, 먹을 갈아 그린 그림은 대부분 흑백이니 전시 공간에 컬러를 넣은 게 너무 새로웠어요. 개인적으로 작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안쪽으로 작은 조명박스도 보이는데, 심플하게 디자인되어서 튀거나 거슬리지 않고 좋았습니다.
사실 동양화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이 없어서, 전시를 보는 내내 어떤 배경에서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상상하며 관람을 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글귀입니다. "누가 봐도 한국 화가의 그림이라고 손짚을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것이 나의 욕망이었다."
동양화는 가로로 긴 프레임을 많이 사용하는 게 지금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프레임과 꼭 닮아 있어 신기합니다. 4:3 비율에서 이제는 16:9 프레임, 점점 더 가로로 길어지는 프레임이 생각이 나네요. 이 병풍을 영화 속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면, 구도와 비율이 너무나 아름답죠.
서양에서는 유화를 많이 사용하여 덧칠해 형태를 잡아가는 반면 동양화는 먹을 사용했기 때문에 한번 그린 선을 수정하기 힘듭니다. 한큐에 끝내야 하죠. 한 번에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그리면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실력이 간지가 납니다...
너무나도 예뻤던 병풍, 이 그림 대신 같은 풍경의 사진이 걸려있었다면 이렇게 멋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방에 하나 놓고 싶을 만큼 너무 예뻐요. 사극에도 이런 그림들이 많이 활용되었으면 좋겠네요.
다른 관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는 그림에 사용하는 액자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 마음에 쏙 들었던 산정식 액자. 선이 얇고 깔끔해서 그림에 방해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이 액자에 하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시간 순으로 배치되는데, 그림 하나하나가 다 개성이 넘쳐서 인상 깊었던 그림들만 찍었습니다.
이번 관의 가장 첫 그림이었던 검은 닭. 너무 잘 그렸습니다. 이렇게 검은 닭을 너무 잘 그려서 한참을 이걸 구경했어요. 어떻게 닭을 이렇게 잘 그렸을까요... 이 부피감을 어떻게 이렇게 쉬운 듯 그렸을까, 대단하고 부럽네요.
이제 한국화와 서양화가 전시 뒤로 갈수록 경계가 흐려집니다. 그 점도 굉장히 신기했어요. 한국화라고 전시가 되었지만 너무나 한국화 같지 않다는 인상이 강했거든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화를 다시 보게 되었네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기념품
잠깐 1층에 있는 기념품점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본 것들 중 가장 귀여웠던 키링 겸 소품! 아크릴로 제작되어 있고 직접 조립하는 형태였는데, 사악한 가격에 내려놓았습니다.
옥상 정원 : 시간의 정원
그리고 시간이 조금 남아서 옥상 정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옥상정원이라고 해서 푸릇푸릇한 풍경을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아래층인가 봐요.
역시 정원은 아래층이고, 저는 3층에 있었기 때문에 하늘정원이네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하늘 보는 것도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너무 더워서 문제였죠. 사람이 많이 없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과천 MMCA 국립현대 미술관을 처음 방문했는데, 주말에 사람 많을 때 방문하는 것보다 평일에 방문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이 많이 없어서 한적한 미술관은 너무나도 여유롭고 행복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MMCA 과천
주소 : 경기 과천시 광명로 313 국립현대미술관
영업시간 : 10:00-18:00
월요일 정기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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