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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전시] 디자이너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후기 :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 : 타이포잔치 2023을 보고 든 생각들

by 딥둡 202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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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는 매년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를 개최합니다. 저도 대학생 때 교수님을 따라 몇 번 서울역에 들러 타이포그래피 전시를 관람했었는데요. 졸업한 후에는 자주 보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타이포잔치를 관람하러 왔습니다. 이번 2023 타이포 잔치 전시 이름은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네요.

 

 

타이포 잔치 2023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

운영기간 : 2023-09-19 ~ 2023-10-14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10:00-19:00
휴관: 매주 월요일, 추석 당일(29일)
관람료: 무료

*이 글은 전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타이포잔치 2023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 전시 입구

 

문화역 서울 284 입구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 전시는 구 서울역인 문화역 서울 284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커다란 현수막이 앞쪽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포스터

 

타이포 잔치의 포스터를 보고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이번년도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의 주제'타이포그래피와 소리'라고 합니다. 문자중심의 시각언어가 여러 측면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소개한다고 해요.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  전시 관람 후기

 

 

서울역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원형으로 배치 되어 있는 영상 모니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역 로비의 공간 안에 이렇게 메탈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있는게 재미있었어요. UFO가 착륙한 모양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심플하면서 인상적인 배치였습니다. 타이포그래피 전시답게 문자 자체에 초점을 맞춘 영상물들이 많았고,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들도 꽤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영상물은 글자를 자유자재로 늘려보고, 두께를 조절하고, 기울여 볼 수 있는 영상물이었습니다. 줄을 길게 서 있어서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직관적인 문자를 보여줘서 오히려 눈에 띄었어요.

 

 

 

이번년도 전시 주제가 타이포 그래피와 소리인 만큼 영상 매체의 소리가 굉장히 중요해 보였는데, 전시 특성상 헤드폰을 끼고 관람을 해야 했어요. 한 영상물당 헤드폰이 1-2개정도 배치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리를 듣지 않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이 부분이 많이 아쉬웠어요.

 

배달의 민족 배민굴림체 글씨체 전시

 

 

영상 전시를 하고 있던 홀을 지나 방들을 하나하나 입장했습니다. 가장 먼저 들어간 방은 배달의 민족에서 진행하는 '배민굴림체' 에 대한 전시였어요. 인스타그램으로 자수 책갈피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장수", "만복"이라는 글씨가 적힌 한국적인 책갈피라 탐났습니다. 

 

 

내부에는 벽면을 가득 메운 자수 타이포 그래피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너무나도 귀여워서, 한참을 구경했어요.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글자 아트들이었습니다. 단언컨대, 가장 귀여운 건 이 배부른 "복"자였어요.

 

<따옴표 열고 따옴표 닫고>의 내부전시들

 

 

1층과 2층 모두 이어서 하는 전시여서 내부의 방들이 꽤 많았습니다. 따로 동선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전시라 너무 정신없이 구경한 나머지 하나하나 꼼꼼히 보지는 못하고 인상적이었던 전시물만 후기를 남겨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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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물을 활용한 타이포 그래피들도 단연코 눈에 띄었습니다. 시대별로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출판물들이 계단식으로 놓여있는 구성이 좋았습니다.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점점 눈높이가 올라가서, 나중에는 단을 밟고 올라가야 전시물을 볼 수 있게 의도한 구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2층의 어느 고풍스러운 방으로 들어갔더니, 이렇게 검은 탁자에 붉은색의 책들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내부 공간과 색을맞추어 고급스럽게 전시를 해 놓아서 분위기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만 방문하는 사람들 중 나이가 많은 분들은 책의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이 전시를 보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가는 걸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좀 안좋았어요.

 

 

다른 나라 언어로 쓰인 시집입니다. 시집들을 보면서 몇 구절을 읽었는데, 사실 이 시집을 읽는 것이 "타이포그래피와 소리"라는 전시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더군요. 오히려 다른 방에서 전시 중이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언어로 만든 글씨체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방에는 이렇게 터프팅으로 제작된 러그가 걸린 방이 있었습니다. 벽에 걸린 커다란 카펫들과 밑부분에 놓인 큰 카펫 위에 앉아 있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다기 보단... 카펫 디자인은 예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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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타이포 그래피 비엔날레에는 설치물 전시가 많았는데, 대부분 이렇게  해체주의적인 설치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설치물들이 있는 공간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 전시가 타이포 그래피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보는 내내 의문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설치 전시물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라 이 부분이 많이 아쉬웠어요.

 

 

이렇게 석재로 된 해체주의적인 파편이 있는 설치물도 있고, 종이로 이루어진 설치물들도 있고, 하지만 이 전시물들이 도대체 "타이포그래피와 소리"라는 전시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던 걸까요? 서울역이라는 공간 안에 이 전시물들이 있어 시각적으로 매우 자극적이고 예뻤지만, 우리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해 주기 위해 이런 설치물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계속 생각하면서 돌아다녔네요.

 

 

마지막으로 들린 방에는 장인정신이 놀라운 포스터들이 있었습니다. 이 실로 짠 포스터들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레이어를 준 방식입니다. 평면 안에서 실을 하나하나 띄워서 공간감을 주면서 레이어를 만들어 내었는데, 옆에서 보면 이렇게 띄워져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이 부분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도대체 무슨 전시를 본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사실 이번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는, 생각 외로 타이포 그래피 전시를 보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만약 타이포그래피를 기대하고 전시를 방문한 저 같은 사람이라면 약간 실망하실 수 있어요. 보다 넓은 시각으로 전시를 방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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